제목 | 제주도향군, 서북도서 안보답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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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 제주안보부장 | 등록일 | 2024-10-22 오후 2:47:40 | 조회수 | 109 |
서북도서 안보답사기 제주도재향군인회가 국가 안보지킴이로서 역할을 재다짐하고 안보결의를 다지기 위해 지난 9월 2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서북도서 안보견학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제주도회와 소속 단체인 여성회, 청년단, 제주향군산악회, 그리고 제주시회와 여군연합회를 포함하여 총 28명이 참여했다. 1일차는 강화 평화전망대, 갑곶전대, 6.25참전기념공원, 인천상륙작전 기념비 등을 방문했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500원자리 동전을 넣으면 작동하는 망원경으로 강너머 북한땅을 앞마당처럼 볼 수 있었다. 너머로 헤엄치면 닿을 듯했다. 소달구지와 추수를 마친 들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고려 오백년 도읍지였던 개경을 둘러싼 송악산! 앞에 펼쳐진 광경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모습이어서, 저 너머가 닿을 수 없는 북한 땅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강화읍 용정리에 조성된 6.25참전용사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마치 철책과 헌병 마네킹이 있어 마치 민통선 안에 있는 듯 싶어 기념촬영을 해봤다. 돈대는 본래 평지보다 높직하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이란 뜻인데, 주로 그 위에 설치된 요새를 말하며, 적군 감시나 포격의 역할을 맡아 전망이 좋은 곳에 세워졌다. 우리는 갑곶돈대를 방문하여 강화도가 몽고항쟁과 병자호란 등을 거 이곳에 이 방어 체계가 견고해져간 역사를 안내받았다. 2일차 08시30분에 백령도로 가는 프라이드호에 올랐다. 멀미약 덕분인지, 운좋게 좋은 기상 때문인지, 악명높은 뱃길에 대한 소문이 무색하게도 평온하게 3시간 40분을 이동하며, 소청도, 대청도를 스쳐 마침내 백령도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 기대감으로 설레임이 보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한식 뷔페로 요기를 했다. 반찬 중에 일반 멸치보다 길어보이는 멸치볶음이 있었는데, 바로 백령도에서 유명한 까나리라고 하여 한참을 보았다. 13시 45분 해병 흑룡부대 정문에 도착하고, 보안절차를 마친 후 부대 안으로 이동했다. 부대 본청 현관 위 현광판에 쓰인 제주특별자치도재향군인회 방문을 환영하는 문구가 멀리서도 보여 ‘아 최북단 백령도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감개가 무량했다. 우리는 바로 전방관측소로 이동하여 저편 너머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북한땅 장산곶을 바라보며, 잠시 감격에 젖었다. 관측소에 배치된 망원경으로 바라보이는 북한땅은 손에 잡힐 듯 했다. 잠시 후 전방관측소 관측장교가 전방 상황에 대해 로봇각으로 멋있게 브리핑을 해줬다. 전방의 남북한 대치상황과 NLL을 둘러싼 역사와 남북한 충돌 등에 대해 자세히 듣고, 왜 우리가 이곳을 절대사수해야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흑룡부대를 나와 30분 정도 비탈길을 올라 천안함 인양 당시 천안함 선체 일부를 인양하여 보관되던 장소에 세워진 천안함 위령탑을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제주도 출신 천안함 순국용사 차균석 중사와 조진영 중사도 찾아보았다. 이곳에서도 저멀리 장단반도가 보였고, 저 멀리 천안함 침몰 장소도 보였다.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여 참배하는 모습을 보며 기쁜 마음이 든 것은 낯선 이들이지만 천안함 순국 용사들의 희생을 함께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 오를 때 저 앞서 가던 어르신을 보며 문뜩 추석 무렵 만나뵜던 차균석 용사님의 어머님을 떠올리게 된 것은 어르신의 심상치않케 무거운 안색 때문이다. 오늘 나의 평화로운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과 무거운 짐을 댓가로 얻어진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서 두무진을 둘러보았다.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두무진은 기묘한 암석들이 펼쳐져 서해의 해금강이라는 이름 그대로 비경이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불릴만했다. 두무진 포구 해안가에 ‘통일로 가는길’이라고 써 놓은 작은 비석이 있는데, 이는 흑룡부대 장병들이 통일염원의 혼을 담아 건립한 통일기념비였다. 나도 이 비석에 통일염원을 담아보았다. 이어서 유람선을 타고 바다쪽에서 백령도의 해안 비경과 반대쪽 북한 땅을 바라보았다. 저녁에는 연봉회관에서 성대한 만찬을 먹고나서 마을로 이동하여 단합의 시간을 가졌다. 3일차 오전에는 심청각, 서해최북단 백령도 기념비, 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안을 방문했다. 심청전의 배경인 인당수는 실제 두무진 앞바다로 인당수가 내려보이는 곳에 세워진 심청각에서는 저멀리 장산곶과 천안함 피격 장소를 볼 수 있었다. 고운 모래입자가 쌓여 콘트리트바닥같은 단단한 모래층으로 형성된 사곶해변은 6.25전쟁당시에는 비상활주로로 이용되었고, 지금도 공항식별부호가 있는 천연비행장이다. 이 사곶해변이 고운 모래 입자로 이루어진 것과는 반대로 콩돌해안은 해변이 온통 아기자기하고 오색영롱한 콩돌로 덮여있어 대조를 이루었는데, 두 곳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이곳 콩돌을 섬밖으로 유출하면 벌금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낙지비빔밥과 홍합 비빕밥으로 간단히 점심을 한 후 프라이드호에 올라 20분 가량 이동하여 대청도에 도착했다. 이날 오후 옥죽동 해안사구, 농여해병과 미아해변, 모래울해변과 적송군락을 둘러보았는데 모두 놀라운 비경의 연속이라 입을 다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대청도에서 사막을 봤다. 가이드가 낙타 여덟마리를 보고 오라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낙타가 있었고 타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낙타는 모형이었지만 아주 실감 났다. 소나무 언덕 트래킹을 기대하며 하차했기에 갑작스럽게 마주한 사막은 놀라우면서도 가을로 넘어가기 싫어하는 늦은 여름 따가운 햇볕 에 정말 사막을 횡단하는 듯한 경험을 만끽했다. 아름답고 넓게 끝없이 펼쳐진 농여해변과 미아해변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는지 여태 몰랐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우리 모두 광활한 백사장과 바다풍경을 보며 황홀한 자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홍어는 흑산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홍어가 대청도 특산물이었다. 저녁은 홍어회가 곁들여 나왔다. 매섭게 톡쏘는 맛을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지만, 경쾌하게 코끝을 스쳐가는 풍미에 쫄낏한 맛이 그야말로 별미였다. 농여해변의 비경은 참가자들의 감탄에 감탄을 자아냈었는데, 농여해변 해넘이가 장관이라 하여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농여해변을 찾았다. 농여해안 해넘이는 구름낀 하늘 탓에 장관은 놓쳤지만, 반숙한 달걀 노른자 같이 빠알간 자그맣고 귀여운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농여해변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다. 마지막 밤 떠나기 아쉬움에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펜션 마당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런 밤의 정취 속에서 낯선 이도 낯설지 않게 된다. 이웃에 머물던 여행객이 꽃게를 너무 많이 삶아서 남은 꽃게를 주겠다고 했다. 얼떨결에 심하게 실한 꽃게 열댓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삶은 꽃게 속살과 다리를 쪼옥 빨아 먹고나니, 너도나도 국물을 버릴 수 없다며 라면을 두차례나 끓여 다같이 한두 젓가락씩 다투어가며 먹었다. 한솥밥 먹는 식구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모두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 추억을 쌓았다. 4일차 오전에 매바위 전망대에 올라 날아가는 매방위 형상을 닮은 매바위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조망하고 이어서 서풍받이 트래킹을 했다. 기름아가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원 순제 유배지에 관한 해설을 들으며 시작된 트래킹은 두시간 정도 걸렸다. 걸으며 힘들다가도 잠깐씩 대청도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을 함께 보면서 힘들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며, 이렇게 고락을 함께하는 향군회원이 되어갔다. 3박4일간 모든 시간과 일정들을 통해 우리 제주도향군회원 28명은 분단 현실을 실감하고 서북도서를 지키다 산화한 서해수호 55영웅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서북도서 최북단을 지키는 우리 장병들의 고마움을 한번 더 느끼고, 회원들이 안보지킴이로서 NLL과 서북도서 절대사수라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자전쟁 1년이 지난 지금 중동지역은 레바논 공습으로 피난민들이 탈출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은 공군 수송기로 수송되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 탈출 행렬 속 한 외국인이 “탈출할 기회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는 말은 국가와 최후 보루인 국군의 소중함을 다시 절감하게 했다. 서북도서 안보견학을 통해 알게된 서해 최북단에서 일촉즉발의 위협 속에서 서북도서 절대사수의 각오로 임무를 수행하는 흑룡부대 장병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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