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61주년 기념식장에서의 소회(所懷)
박용모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농정과
2011.06.29 제주일보
지난 25일 제주특별자치도 재향군인회 주관으로 한라대학 내 한라아트홀에서 열린 6·25전쟁 61주년 기념식을 다녀왔다. 연로하신 참전용사 선배님들과, 보훈가족 등 1300여 명이 1, 2, 3층의 좌석이 꽉 차게 참석하고 있었다. 현역 군인의 선창에 따라 참전용사 선배님들은 아직도 그때의 혈기를 잊지 못하시는 듯 늠름하게 ‘전우야 잘 자라, 전우가 남긴 한마디’ 당시의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선배님들의 얼굴 얼굴마다에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대한민국을 구해냈다는 자긍심이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옆자리 어느 노병께서 그냥 한마디를 던진다. 당시 치열한 전투 중에 제주도 사투리로 무전교신을 해서 북한군을 섬멸했다는 얘기도 했다. 이해가 되질 못 했다. 실상은 이렇다. 당시 해병 1연대에서 쓰던 무전기 몇 개가 적의 수중에 넘어간다. 아군에게서 뺏은 무전기로 아군의 통신 내용을 들은 적들이 역습으로 공격해 온다. 아군 사령부는 고민 끝에 제주도 출신 병사들을 암호병으로 차출해서 제주도 사투리로만 교신토록 했다. 제주도 사투리는 아군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인민군은 더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투는 아군의 승리로 끝난다. 이 아이디어는 제6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했던 공정식 사령관이 낸 것이다. 태평양 전쟁 때 미 해병대가 인디언 언어를 사용했던 때가 있었던 걸 인용했다고 한다. ‘제주사투리 통신’공로로 당시 통신대장은 동성무공훈장까지 받았다.
빨간모자에 각종 군장을 뽐내는 노병 한 분은 사라봉 입구에 월남전 참전비도 있는데, 6·25참전비가 없어 섭섭해 한다. 국립묘지 제주 유치도 숙원사업이라고 했다. 31개월 15일의 군복무를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다 했다고 자부하던 필자가 이날 6·25참전 노병 선배님들 앞에서 무한히 작아져가는 것을 느낀 건 노병들의 숙원사업을 해결 못한 명령불복종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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