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수사 말라는 국정원 앞 시위도 엄단하라
북한과 연계된 반(反)국가단체 ‘왕재산’ 수사를 놓고 민주노총 산하 통일선봉대 소속 인사 100여 명이 어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 민주노동당 소속 인사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진보 진영 전체를 붕괴시키려는 전형적인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왕재산’ 시위대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자주 등장하던 ‘색깔 공세’ ‘공안(公安) 탄압’ 같은 구호를 들고 나오니 고장 난 레코드판을 틀어놓은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 비서관이 구속되고 민노당 소속 지방단체장 등과 민노총 관계자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간첩사건에 연루된 단체나 정당이라면 국민의 불신을 씻기 위해서라도 더 성실히 조사에 응하는 것이 당당한 자세다. 사법부가 독립되고 언로가 트인 지금 시대에 공안탄압이나 용공조작은 가능하지도 않다. ‘왕재산’에 간첩 행위를 지령한 것은 북한의 김정일 정치군사대학과 직접 연계된 내각 225부라고 대북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은 국방위원회 정찰총국 산하의 간첩 양성기관이며 정찰총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 농협 전산망 공격의 주범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12일 취임사에서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돼야 한다”고 말하자 민주당과 민노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색깔론으로 야당을 탄압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의 존립을 흔드는 종북세력에 대해 철저히 대처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책무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검찰이 이 소임을 방기한 것이 문제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3년(2008∼2010년) 동안 연평균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87명으로 노무현 정부 5년(2003∼2007년)간 연평균 70명보다 17명(25%) 증가했다. 종북성향 인터넷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운영자 황모 씨(43)는 6월 30일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버젓이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 구호를 외쳤다. 최근 사이버 안전망에 북한 해커들이 침투한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북에 각종 기밀을 제공한 간첩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다.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해체’를 외치며 국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인 민노총 통일선봉대는 도대체 어떤 통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간첩수사 중단 시위에 대해서도 법 위반을 단호하게 따져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