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관련발언 배경과 북핵문제 해결 방안
이 재 형 (성신여대 강사;국제정치학)
지난 2일 10일 오후 북한은 외무성 발표를 통해 핵무기 보유사실을 공개하고 6자회담에 무기한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왜 이 시점에서 그렇게 충격적인 벼랑끝 외교전략을 발표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북한은 앞으로 핵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할 것인가. 그 성명의 배경부터 알아보자.
지금 북한은 국내적으로는 식량위기와 탈북자 증가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경제정책과 소비자 물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1월부터 주민 일인당 일일 식량 배급량을 300그램에서 250그램으로 줄이기 시작했으며, 미국의 북한인권법 거론 이후에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국외적으로도 미국의 체제전복 압박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여타 6자회담 당사국들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번 핵 관련발언은 바로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이 분석한 국외적인 요인부터 살펴보자.
미국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존중하여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하여 대화로 해결하겠다고 거듭 천명해 왔지만,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근본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징후는 최근에 몇 곳에서 확인되었다. 지난 1월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세계 6대 독재정권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북한, 쿠바, 미얀마, 이란, 벨라루스, 짐바브웨를 거명하면서 북한을 그 첫 번째로 지목하였다. 또한 1주일 전에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가 북한이 정제된 우라늄(processed uranium)을 리비아와 다른 지역의 암시장에 수출한 바 있다고 폭로했다(이 문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www.nautilus.org/napsnet/sr/2005/0512A_Wolfstahl.html 참조).
또한 금년 7월까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이 문제를 10월에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는 물론 다국적군에 의한 북한의 해안봉쇄도 결의 될 수 있다는 것이다(www.nautilus.org/for a/security/0510A_Takahashi.html 참조) 지금까지 북한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면 이것을 곧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미국도 금년 중반까지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표결이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북한은 최소 중국만은 북한편을 들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시에 김일성을 설득하여 미국과 대화하게 함으로써 제네바협약을 채결하게 했다. 이 때 중국은 미국과 최혜국대우 연장이라는 중-미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북한을 흥정의 도구로 활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면 지금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어떤가? 그 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반도의 ‘비미국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벤자민 양, 덩샤오핑 평전, pp. 382-383 참조). 중국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할 국가는 자신들 뿐이라고 생각하고 국가전략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특히 대만의 통합을 방해하는 일차적 걸림돌이 바로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다시 이란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 집중되어있는 틈을 이용하여 대만을 무력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의심지역을 폭격하여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전반적인 중국의 국가전략에 차질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폭격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연결되어 북한의 무수한 난민이 중국의 동북 3성에 유입될 것이며, 결국 그로 인한 동북아의 불안정은 중국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그들의 국익을 위하여 안정된 북한을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자기들이 미국에 대하여 어떤 강수를 두어도 중국은 결국북한편을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이번 성명사건으로 6자회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의 체면이 어느 정도 손상된 것은 사실이나 중국이 곧바로 북한에 대하여 경제적 압박수단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곧 북한을 방문하게 될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에게 북한의 입장을 전하고, 이어서 금년에 후진타오 주석이 방북하면 김정일은 미국의 ‘내부분열 와해책동’에 대해 중국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6자회담에서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 왔지만 중국과 북한의 동맹관계는 아직도 건재 |